나에게 컬러란
직업적 습관으로 저는 평소에 색깔보다는 컬러라는 표현을 자주 씁니다. 그저 언어의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단어로 부르든, 제게 컬러는 단순히 사물의 표면을 덮는 외형이 아니라 삶을 이해하는 하나의 언어이자 감각입니다.
지금 이 글을 쓰며 앉아 있는 공간만 둘러봐도 그렇습니다. 시간이 물든 벽의 흰색은 고요함을 속삭이고, 테이블의 나무색은 따뜻함을 전하며, 책 표지의 강렬한 원색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소리쳐 말하고 있습니다.
하루도, 한 순간도 컬러를 의식하지 않는 적이 없습니다.


톤다운된 플렉시 글라스는 차분함과 깊이를 담고 있어, 사색의 순간이나 안정된 울림을 떠올리게 합니다.
컬러는 사람을 닮았다
저는 종종 컬러를 사람에 비유합니다.
파란색 안에도 따뜻한 파랑이 있고, 차가운 파랑이 있으며, 때로는 우울한 파랑도 있습니다. 비슷한 색조처럼 보여도 미묘한 톤 차이만으로 전혀 다른 인상을 줍니다.
사람도 그렇습니다. 비슷한 성격을 가진 것처럼 보여도, 말투나 태도, 살아온 경험의 차이가 그 사람만의 독특한 결을 만들어 냅니다. 두 사람이 비슷한 환경에서 자라 비슷한 일을 하더라도, 각자가 가진 감정과 사고의 배합이 달라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됩니다.
마치 같은 빨강이라도 어떤 색과 섞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컬러가 탄생하는 것과 같습니다.
제품을 디자인하고 완성하는 과정은 저에게 마치 아이를 낳아 키우는 부모의 마음과 같습니다. 물론 제가 디자인한 제품은 사람처럼 말하거나 감정을 표현하지 않지만, 그 안에는 하나의 인격체가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컬러는 때로는 출발점이 되고, 때로는 마지막 단계에서 입혀집니다. 하지만 언제나 컬러는 그 제품의 성격을 최종적으로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같은 제품에 다른 컬러를 입히면 완전히 다른 인격체가 탄생하고, 각각은 서로 다른 사람들의 선택을 받게 됩니다.
저는 모든 컬러 버전이 저마다의 매력으로 사랑받기를 바랍니다. 모든 자식이 각자의 개성으로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처럼….

플렉시 글라스 블록은 같은 형태라 하더라도 어떤 톤을 입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성격을 보여줍니다. 파스텔 톤은 부드럽고 따뜻한 여백을, 비비드 컬러는 강렬한 에너지와 활력을, 톤다운된 색은 차분한 깊이와 안정감을 전합니다. 마치 사람도 같은 환경 속에서 살아가지만, 각자의 개성과 경험으로 서로 다른 존재가 되듯, 컬러는 삶을 이해하고 공감을 나누는 언어가 될 수 있습니다.
색깔의 언어, 감정의 언어
컬러로 얼마나 많은 표현을 일상 속에서 하고 있을까요?
우리는 참 자연스럽게 색을 통해 감정을 설명합니다. 같은 빨강이라도 상황에 따라 열정적인 빨강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분노의 빨강이 되기도 합니다. 파랑 역시 고요하고 차분한 느낌을 줄 때가 있는가 하면, 깊은 슬픔을 담고 있을 때도 있습니다. 노랑은 밝고 희망찬 기분을 표현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하나의 색으로 정반대의 감정까지 표현할 수 있다는 것, 색은 단순한 시각적 속성을 넘어 감정과 상태를 드러내는 가장 흥미로운 언어가 됩니다.
이렇게 색으로 표현되는 감정들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느냐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색에 담긴 의미가 아직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있고, 그 안에 숨겨진 미묘한 감정까지 섬세하게 읽어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이해의 차이는 사람들 사이의 공감 능력과도 닮아 있습니다. 누군가의 마음을 얼마나 깊이 헤아릴 수 있느냐 하는 그런 차이와 말입니다.
일을 하면서 저는 이 ‘색깔의 언어‘를 더욱 체감하게 됩니다. 인생에서 깊은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 있듯 디자인에서도 화려하고 생동감 넘치는 컬러가 필요한 순간이 있고, 평범한 일상에서 잔잔한 감사함을 느끼는 순간이 있듯 차분하고 세련된 무채색을 부르는 디자인이 있습니다.
그 선택은 때로 그 순간의 제 마음을 표현하기도 하고, 사람들에게 저를 어떻게 보여주고 싶은지를 전달하는 언어가 되기도 합니다.

비비드 컬러의 플렉시 글라스는 강렬한 에너지와 생동감을 발산하며, 창의성과 새로운 시작을 상징합니다.
컬러와 공감의 가능성
컬러가 가진 진짜 힘은 여기에 있습니다.
누군가가 선택한 컬러를 보는 순간, 우리는 그 사람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조금 더 깊게 읽을 수 있습니다. 무채색 옷차림이 때로는 세련되고 시크한 감각을 표현하기도 하고, 밝은 색상이 순수한 기쁨과 활력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색깔 자체가 아니라, 그 색을 통해 무엇을 표현하고자 하는지에 대한 이해입니다. 컬러는 때로 말보다 더 솔직하게 마음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그 의미를 제대로 읽어내기 위해서는 섬세한 관찰이 필요합니다.
서로 다른 사람이 서로의 색을 인정하고 이해할 때, 마치 팔레트 위에서 새로운 조합이 탄생하듯 관계 속에서도 새로운 울림이 만들어집니다. 그렇기에 컬러는 공감의 가장 자연스러운 매개체가 될 수 있습니다.
나의 컬러, 우리의 컬러
오늘 당신의 하루는 어떤 컬러인가요?
밝은 노랑일 수도, 잔잔한 파랑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설명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색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중요한 건 그 색이 옳고 그름으로 나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그저 당신만의 컬러이고, 나만의 컬러일 뿐입니다.
저는 여전히 하루의 대부분을 컬러와 함께 보냅니다. 그리고 컬러를 통해 세상을, 사람을, 나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려고 합니다. 컬러는 단순히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읽는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서로의 컬러를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공감이라는 또 다른 새로운 색을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오늘도 가볍게, 그러나 깊게. 그리고 무엇보다 컬러풀하게.

파스텔 컬러의 플렉시 글라스는 부드럽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전하며, 은은한 감정과 따뜻한 마음을 닮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