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시선

“첫째로 한 사람이고, 둘째로 음악가이며, 셋째로 첼리스트다” — 요요 마

11월 7, 2025
햇살이 비치는 조용한 방 안, 나무 의자 옆에 기댄 첼로가 고요히 놓여 있다. 연주가 끝난 자리의 여운처럼, 음악과 삶의 쉼표를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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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속의 첼로와 의자
“연주가 멈춘 자리, 남은 것은 빛과 여운뿐이다. — 요요 마의 음악처럼, 고요하지만 깊은 울림을 남긴다.”

이 이미지는 요요 마의 삶과 철학을 상징적으로 표현합니다. 첼로와 의자가 놓인 빈 공간은 그의 음악이 전하는 ‘인간적인 온기’와 ‘쉼의 미학’을 담고 있습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진심으로 세상을 울리는 그의 음악 세계를 시각적으로 드러냅니다.

프롤로그 — 요요 마의 첼로가 선사하는 인간의 온도와 쉼표

오랜 시간 요요마의 음악과 함께했습니다. 유행하는 노래들에 지칠 때마다, 그의 첼로는 언제나 저의 쉼터가 되어주었습니다. 새로운 음악을 찾아 헤매다가도, 결국 다시 요요 마의 첼로로 돌아옵니다.

그의 음악은 늘 돌아갈 곳이 있는 안식처 같습니다. 그의 연주는 단순히 아름답지 않습니다. 그 안에는 인간의 온도, 인생의 굴곡, 그리고 복원력이 있습니다.

탱고 음악에 큰 관심이 없던 저에게 그의 앨범 <Sould of The Tango>는 오랜 세월 변하지 않는 위로의 음악입니다. 그 선율에는 단순한 리듬을 넘어, 인생의 오르막과 내리막, 감정의 파도와 그 뒤의 고요까지 담겨 있습니다.

앨범이 발매된 것은 1997년, 제가 처음 접한 것은 아마 애플의 첫 iPod이 등장한 2000년대 초반쯤이었습니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제 플레이리스트 속에서 그의 첼로는 늘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그의 첼로는 화려하지 않지만 깊고, 격정적이면서도 따뜻합니다. 그의 음악을 들으면 ‘연주’가 아니라 ‘인간’을 듣게 됩니다.

최근 다시 그의 연주를 듣기 시작하면서, 요요 마의 인생은 어떠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그리고 그의 음악 너머의 인간은, 음악만큼이나 더 깊고 아름다운 여정을 걸어온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안개 낀 숲 속에서 혼자 첼로를 연주하는 사람. 자연의 고요 속에서 음악을 통해 자신과 세계를 연결하는 순간을 표현한다.

숲 속의 첼리스트

“세상의 소음이 멈춘 곳에서, 그는 가장 순수한 음악을 들려준다.”
이 이미지는 요요 마의 내면적 사유와 음악적 명상을 상징합니다. 자연과 인간이 하나 되는 장면을 통해, 그가 말하는 “음악은 인간과 세계를 잇는 언어”라는 메시지를 시각화합니다.

첫째로 한 사람 — 하버드 인문학에서 찾은 음악가의 정체성

요요 마는 90여 장의 앨범, 18회의 그래미상, 그리고 60년에 가까운 연주 인생을 살아온 인물입니다. 그러나 그를 진정으로 위대하게 만드는 것은 이러한 숫자가 아닙니다. 그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후에도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음악을 하는가?”

그 답을 찾기 위해 그는 하버드대학교에서 인문학과 인류학을 전공했습니다. 그 선택은 단순한 학문적 호기심이 아니라, 음악과 인간, 사회의 관계를 새롭게 이해하기 위한 여정이었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들의 삶과 역사를 이해할 때, 우리는 자신이 누구인지 더 잘 알게 됩니다.

그는 한국전쟁과 같은 “끔찍한 전쟁을 경험한 세대”의 두려움과 고난을 이해하는 것이, 자신이 누구이며 이 세계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아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통찰은 그가 단순히 뛰어난 연주자에 머무르지 않고, 음악을 공감의 언어로 바꾸게 한 힘이 되었습니다.

요요 마에게 음악은 개인의 표현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잇는 다리 였습니다. 그의 삶과 예술은 그가 직접 밝힌 신념, “나는 첫째로 한 사람이고, 둘째로 음악가이며, 셋째로 첼리스트다” 이 문장에 모두 담겨 있습니다.

이 글은 바로 인간으로서의 요요 마, 그리고 세계를 연결하는 문화 외교관으로서의 그의 행보에 초점을 맞춥니다.

경계와 화합의 언어 — 실크로드 앙상블을 통한 문화 외교

그의 이름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바로 실크로드 프로젝트(Silk Road Project)와 그 핵심인 실크로드 앙상블(Silk Road Ensemble)입니다.

요요 마는 자문했습니다. “음악이 서로 다른 문화와 갈등하는 세상 속에서 이해의 다리가 될 수 있을까?”

그 답을 찾기 위한 시도가 바로 이 프로젝트였습니다. 고대 실크로드를 따라 흐르던 문화의 교류를 현대적으로 되살리며, 음악을 통해 인류의 다양성과 상호 이해를 탐구했습니다.

그는 믿었습니다. 음악이야말로 문화가 사회의 균열을 치유하고, 서로 다른 배경의 사람들을 연결하며,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하게 하는 가장 인간적인 언어라고.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협연이 아니라, 17개국 이상의 악기와 전통이 어우러진 새로운 음악적 언어의 실험이었습니다. 첼로와 바이올린뿐 아니라, 중국의 비파(pipa), 한국의 장구, 인도의 타블라(tabla) 등이 함께 울렸습니다.

그는 클래식 음악을 ‘더 고귀한 장르’로 여기지 않았습니다. 블루그래스, 포크, 아르헨티나 탱고, 중국 전통음악 등 국가와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예술가들과 협업하며 음악이 편견을 허물고 공감을 확장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그의 첼로는 언제나 소통의 매개체, 문화의 대사였습니다. 이렇게 요요 마는 음악을 통해 세상의 분열 대신 이해와 화합의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음악의 도시

다름이 모여 음악이 되고, 음악이 모여 세상이 된다.”

요요 마의 실크로드 프로젝트 정신을 상징합니다. 여러 악기가 함께 어우러진 모습은 문화 간의 대화와 상호 존중을 나타냅니다.

장벽 대신 다리를 놓다 — 콘서트홀을 넘어 행동하는 예술가의 실천

요요 마의 철학은 언제나 행동으로 이어졌습니다. 그의 음악은 콘서트홀을 넘어 첨예한 대립이 존재하는 곳, 상처받은 이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우리가 필요한 것은 장벽이 아니라 다리입니다.

그는 미국과 멕시코 국경의 장벽 앞에서 연주하며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것은 정치적 제스처가 아닌, 음악을 통한 인류애의 실천이었습니다.

9·11 테러, 보스턴 마라톤 폭발 사고,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그는 첼로를 들었습니다. 그의 연주는 언제나 상처받은 사람들 곁에 있었습니다. 바흐의 선율로 위로하고, 병원에서 즉석 연주로 불안을 덜어주던 그의 모습은 ‘거장의 무대’가 아닌 ‘사람의 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한국 DMZ에서 열린 평화 음악회에서도 그는 바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참가해, 분단의 땅에서 화해와 평화의 가능성을 이야기했습니다.

거창한 무대가 아니라, 일상의 순간에도 작은 선의라도 나눌 수 있다면 주저하지 않는 그의 태도는 음악이 특별한 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삶의 모든 순간에 함께할 수 있음을 상기시킵니다.

잔잔한 물 위에 떠 있는 첼로. 인간과 자연의 경계, 음악의 덧없음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상징한다.

물 위의 첼로

“연주는 멈췄지만, 음악은 여전히 흐른다.”
이 이미지는 음악이 공간을 넘어 확산되는 ‘감정의 울림’을 표현합니다. 요요 마의 음악이 연주를 넘어 공감과 치유로 확장되는 철학적 의미를 시각화합니다.

겸손과 진심 — 대중과의 소통

요요 마는 음악의 아름다움을 대중에게, 특히 어린이들에게 전파하는 데 진심이었습니다.

그는 어린이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와 <미스터 로저스’ 네이버후드>에 출연하여 아이들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연주했습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청중의 나이나 지위가 아니라, 음악의 아름다움을 누군가와 나누는 그 순간이었습니다. 그는 비공식 마스터 클래스에서 무료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대학 오케스트라와 연주할 때 자신의 1733년 도메니코 몬타냐나 첼로를 학생들에게 건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번 연주해보세요. 소리를 느껴보세요.

이러한 행동은 단순한 겸손을 넘어, 음악이 소수의 엘리트를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이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는 믿음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가 음악을 나누는 방식은 기술이 아닌 진심의 교육이었습니다.

그의 정직함, 친절함, 그리고 사람들에 대한 순수한 사랑이 그를 더욱 빛나게 만듭니다.

식물들로 가득한 공간 안, 두 대의 첼로와 피아노가 놓여 있다. 인간의 예술과 자연의 조화로운 공존을 상징한다.

자연 속의 듀엣

“음악은 인간의 것이지만, 그 울림은 자연의 것이다.”
이 이미지는 요요 마의 예술관 — ‘음악은 인간의 경계를 넘어 모두를 위한 것’ — 을 시각적으로 표현합니다. 인간과 자연, 예술과 생명이 서로 공명하는 순간을 포착했습니다.

에필로그

요요 마는 뛰어난 첼리스트이기 이전에, 열린 마음과 선의, 인류애로 이루어진 사람입니다. 그의 연주는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음악을 통해 감정과 연결을 불러일으키는 데 헌신합니다.

“해야 한다(should)를 하고 싶다(want to)로 바꿨을 때, 비로소 나는 자유로워졌다.”

그의 첼로는 완벽을 향한 집착이 아니라, 사람을 향한 마음의 연주입니다. 그는 음악을 통해 인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세상이 여전히 선의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요요 마는 우리가 고난과 어려움 속에서도 인간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지 않도록, “무방비 상태의 선의”로 가득한 세상의 가능성을 들려줍니다.

가볍게, 그러나 깊게.

요요 마의 인생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의 재능은 어디를 향하고 있나요? 그것으로 세상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나요?”

붙임 | 참고 기사 및 인터뷰 목록

요요 마의 ‘공감과 연결의 세계’를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독자를 위해.
인문학적 통찰

🔗 요요 마: 호기심과 연결의 힘 — Harvard Gazette (2022)

하버드대학교 강연에서 ‘호기심과 연결의 힘’을 주제로, 음악과 인류학의 관계를 이야기한 인터뷰입니다.

🔗 요요 마가 인류학에서 배운 것 — Big Think (2019)

인류학 공부가 그의 음악 세계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직접 설명한 인터뷰 영상과 기사입니다.

🔗 우리의 문화 — 인간적 음악의 철학 — The New Yorker (2020)

음악을 사회적 공감과 문화적 치유의 도구로 해석한 심층 기사입니다.


글로벌 협업과 예술적 이상

🔗 실크로드 앙상블: 세계의 소리를 잇는 비전 — NPR (2016)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철학과 다양한 문화적 교류를 다룬 인터뷰 기사입니다.

🔗 요요 마: 실크로드를 통한 경계의 허물기 — The Guardian (2015)

서로 다른 배경의 음악가들과 협업하며 음악을 ‘이해의 언어’로 확장하는 과정을 다룹니다.


인류애와 실천

🔗 요요 마: “우리에겐 장벽이 아닌 다리가 필요하다” — CBS News (2019)

미국-멕시코 국경에서 연주하며 ‘다리의 철학’을 이야기한 인터뷰 기사입니다.

🔗 요요 마의 바흐 프로젝트: 공존의 음악 — NPR (2018)

전 세계를 순회하며 바흐의 음악으로 평화와 공존의 메시지를 전한 프로젝트를 다룹니다.

🔗 요요 마: “음악은 우리가 자신을 이해하는 방식” — TIME (2020)

“음악은 인간이 자신을 이해하는 언어”라 말한 인터뷰로, 그의 예술 철학이 집약되어 있습니다.


한국 관련 기사

🔗 요요 마 “음악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다리” — 중앙일보 (2019)

DMZ 평화음악회 참가 후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 기사입니다.

🔗 요요 마, ‘DMZ 바흐 프로젝트’로 전하는 평화의 메시지 — KBS 뉴스 (2019)

한반도 비무장지대 공연 현장을 다룬 보도 기사입니다.

Soul of the Tango – The Music of Astor Piazzolla (1997)
열정과 고독이 만나는 곳, 그의 첼로는 영혼의 언어로 말합니다.

아르헨티나 탱고의 거장 피아졸라의 음악을 요요 마의 첼로로 재해석한 명반입니다. 열정과 고독, 그리고 인간의 깊은 감정을 품은 그의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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