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지다
에버랜드의 바오 가족을 아시나요? 저는 그 가족의 팬, 아니 ‘덕후’가 된 지 어느덧 3년째입니다. 사실 한국에 판다가 있다는 사실을 조금 늦게 알았습니다. 그 이후로 하루도 바오 가족의 영상을 보지 않은 날이 없습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유튜브에서 바오 가족을 찾는 것입니다. 이미 본 영상을 또 보고, 다시 보고, 질리지도 않습니다. 어쩜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 있을까요. 판다라는 존재는,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판다와의 첫 만남
제가 처음 판다의 세계에 빠진 건, 낯선 도시 홍콩에서 살던 시절이었습니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판다 출산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100킬로그램이 넘는 덩치 큰 어미 판다가 고작 170그램의 핑크빛 아기를 품에 안는 그 장면이 너무 신비롭고 경이로웠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밤새 판다 영상을 찾아보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 당시엔 판다 영상이 많지 않아 하루 밤이면 유튜브의 모든 영상을 다 볼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럼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귀엽다’는 감정보다, 그 안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따뜻함과 위로가 있었으니까요.




“쌍둥이 바오의 모습을 닮은 두 아기 판다 — 함께 있어 더 빛나는 존재들”
두 마리의 어린 자이언트 판다가 바위 위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맑은 하늘 아래, 검은 눈동자 속에는 호기심과 순수가 공존한다. 이 장면은 한국의 쌍둥이 판다 루이바오와 후이바오를 연상시키며, 관계 속에서 빛나는 존재들의 따뜻한 연결을 상징한다.
쓰촨의 기억
그 무렵 저는 중국 브랜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출장으로 판다의 주요 서식지인 쓰촨성의 충칭(重庆)을 방문했는데, 자동차로 세 시간 거리의 청두(成都)에 ‘청두 자이언트 판다 번식연구기지(Chengdu Research Base)’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고민했습니다. 가볼까 말까 망설이다가 결국 가지 못했습니다. 대신 충칭 공항에서 판다 기념품을 한아름 사서 돌아왔습니다. 그때의 아쉬움은 오래 남았습니다. 그렇게 판다에 대한 열정은 한때의 추억으로 잠시 묻혔습니다.
다시, 바오 가족으로
2023년, 한국에서 쌍둥이 판다의 탄생 소식을 듣고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다시 판다 세계로 돌아왔습니다. 푸바오(행복을 주는 보물)가 한국 최초의 아기 판다로 유명하지만, 저는 쌍둥이 중에서도 ‘빛나는 보물’이라는 이름을 가진 후이바오(辉宝) 에게 완전히 매료되었습니다. 팬들 사이에서는 ‘그 판다’라고 불리는 존재입니다. ‘그 판다’라는 표현은 후이바오가 유난히 독특하거나 주목받는 행동을 할 때 팬들이 “아, 저 판다!”라고 부르던 데서 비롯되었습니다. 또, 팬들이 스스로를 ‘돌멩이’라 부르는 이유도 있습니다. 오랜 시간 기다리며 묵묵히 판다만 바라보는 그 모습이, 마치 조용히 세상을 바라보는 돌 같아서입니다. 저 역시 ‘돌멩이 이모’로서 하루의 피로를 달래주는 후이바오의 일상을 매일 기다립니다.

위로는 언제나, 사랑의 다른 형태로 돌아온다.
"아이바오와 푸바오 — 사랑은 이렇게 자라난다." -- 엄마 판다 아이바오와 첫째 딸 푸바오를 연상시키는 장면. 작은 아기 판다는 엄마의 발걸음을 따라 천천히 걷고, 그 옆에서 엄마는 조용히 지켜본다. 이 이미지는 보호와 배움, 그리고 세대를 잇는 사랑의 순환을 상징한다. 함께 걷는 그 길 위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가장 큰 위로가 된다.
단순한 위로의 방식
저는 판다 영상을 보며 깨닫습니다. 인생은 때로 너무 벅차고, 사람에게도, 일에도, 뜻하지 않은 시련에도 지칠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무언가에 위로받기를 원합니다. 저에게 그 ‘무언가’는 바로 바오 가족입니다.
러바오, 아이바오, 푸바오, 그리고 루이와 후이. 그들의 하루는 단순하지만, 그 속엔 우리가 잊고 사는 마음의 온도가 있습니다.







“서로 다른 온도가 만나면, 세상은 조금 더 따뜻해진다.”
작은 판다가 하얀 고양이를 품에 안고 있는 흑백 사진. 두 존재의 색은 다르지만, 서로를 향한 포근한 시선과 온기가 전해진다.
이 장면은 판다 후이바오의 순수한 성격과, 다른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따뜻한 마음을 상징한다. 말이 없어도 전해지는 위로, 그것이 진짜 연결의 형태일지도 모른다.
판다에게 배우는 지혜
판다들은 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몸짓과 표정, 작은 소리 하나에도 감정이 그대로 스며 있습니다. 그들은 슬픔을 꾸미지 않고, 기쁨을 과장하지 않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마음으로 세상을 대합니다. 그 모습을 보며 저는 종종 이렇게 생각합니다. “판다는 우리가 잃어버린 유연함을 갖고 있다.” 그들은 다투지 않고, 불필요하게 상처 주지 않습니다. 필요할 땐 멈추고, 졸리면 자고, 기분이 좋으면 구릅니다. 삶을 조금 더 단순하게 받아들이는 태도. 그게 판다에게서 배우는 가장 큰 지혜입니다.
인간의 불완전함
우리는 늘 다짐합니다. 이번엔 다르게 살겠다고, 좀 더 성숙해지겠다고, 감정을 조절하겠다고. 하지만 결국 똑같은 실수를 반복합니다. 그게 인간입니다. 알면서도, 다르게 행동하지 못하는 존재. 그래서 더 불완전하고, 그래서 더 사랑스러운 존재. 아마 그래서일 겁니다. 우리가 반려동물을 키우거나, 이렇게 판다 영상을 보며 위로를 받는 이유는.

진짜 판다를 키울 수 없다면 — 언젠가 이렇게 닮은 존재로 곁에 있을지도.
이 이미지는 “기술로 만들어진 위로의 존재”라는 개념을 통해, 글 전체를 하나의 “확장된 은유”로 완성한다 — 즉, 현실의 판다에서 시작해 상상 속 판다로 이어지는 감정의 순환. 하얀 금속 외피와 노란색 라인이 인상적인 판다 형태의 로봇이 서 있다. 기계적인 구조 안에 판다의 감정 어린 눈빛이 담겨 있으며, 인간의 기술과 생명에 대한 그리움이 동시에 느껴진다. 이 이미지는 ‘위로의 존재’를 향한 인간의 상상력, 그리고 닮음의 진화를 상징한다. 현실에서는 판다를 품을 수 없지만, 기술을 통해 우리는 여전히 그 따뜻함을 재현하고자 한다.
생각을 덜어내는 법
만약 제가 판다의 ‘집사’가 된다면 어떨까요? 아마 더 많은 위로를 받고 싶겠지만, 언젠가 그들을 위로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군가에게 위로 받으며 시작된 마음이, 어느새 그를 위로하는 쪽으로 옮겨갑니다. 사랑을 배우는 일도, 결국 그렇게 순환하는 게 아닐까요. 판다를 바라보는 이 시간들이 나를 다독이듯, 나의 관심과 애정 또한 그들의 세상을 조금은 더 평화롭게 만들 거라 믿습니다. 위로는 그렇게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흐르다가, 어느 순간 서로를 감싸는 하나의 원이 됩니다.
우리는 너무 많이 생각합니다. 그 생각이 결국 마음을 지치게 합니다. 가끔은 판다처럼, 그냥 지금 주어진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더 현명할지도 모릅니다. 삶의 무게를 덜어내는 법은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하루의 끝에, 바오 가족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 그 순간처럼 — 단순하고, 평온한 마음이면 충분합니다.
가볍게, 그러나 깊게.
오늘도 ‘그 판다’를 보며 마음을 회복합니다.
진정한 집사, 강바오
한국의 판다들을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는 사람은 강철원 쥬키퍼입니다. 그는 한국에서 태어난 첫 판다 푸바오와의 일상을 영상으로 기록하며,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열게 만든 주인공입니다. 처음에는 언젠가 중국으로 돌아가야 할 푸바오가 더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시선을 받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의 영상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일상의 기쁨을 전하는 특별한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강철원 쥬키퍼는 진심으로 판다 가족을 아끼는, 말 그대로 ‘진정한 집사’입니다. 그의 손끝과 눈빛에는 생명을 향한 깊은 존중과 애정이 담겨 있습니다. 사람들이 바오 가족을 통해 행복을 느낄 수 있었던 건, 결국 그의 진심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우리 바오 가족이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그의 따뜻한 돌봄이 오래 이어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