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는 시간에 대하여 — 관계의 리듬을 다시 배우는 법
당신의 주변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나요? 매일 새롭게 이름을 기억하고, 그중 몇 사람과는 잠시 마음을 나누다가 어느새 멀어지고, 또 어떤 사람은 오래도록 곁에 남습니다. 관계는 늘 그렇게 흘러갑니다. 누구에게나 성향이 다르겠지만, 저는 여러 사람 속에서 존재하기보다 혼자 있는 시간이 훨씬 편하고, 또 진심으로 즐겁습니다.
저는 가끔 책상 앞에 앉아, 말없이 생각을 이어가며 시간을 보냅니다. 그 시간엔 시계의 초침 소리조차 들리지 않습니다. 무언가에 집중하게 되면 주변이 사라지고, 그 몰입의 순간이 주는 기분은 어떤 대화나 만남보다도 더 깊게 다가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은 나에게 휴식이 아니라, 오히려 나를 살아 있게 만드는 시간입니다.
관계의 리듬, 그 안의 고요함
사람들과의 교류를 피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나에게는 일정한 리듬이 있고, 그 리듬이 깨질 때면 마음이 금세 무거워집니다. 예전에는 친구들이나 일로 만난 사람들과 저녁을 먹거나 술자리를 가지며, ‘이런 게 사회생활이지’라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어쩌면 그 안엔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작은 의무감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의무감은 점점 옅어졌습니다. 이제는 오랜 친구가 한국에 들어올 때 잠시 만나는 정도로 충분합니다. 그렇게 좁아진 인간관계가 아쉽지 않다고 하면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나는 오히려 그 단순함 속에서 편안함을 느낍니다. 누군가 “사람 좀 만나라”고 말해도, 이젠 그 말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사람은 반드시 많은 관계 속에 있어야만 행복한 존재가 아닙니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수가 아니라 밀도입니다. 아무 의미 없이 흩어지는 대화보다, 혼자 집중하며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드는 시간이 나에겐 훨씬 더 가치 있습니다.
새로움과 고요, 그 사이의 나
올해는 유난히 새로운 사람을 많이 만났습니다. 일적으로, 그리고 우연히. 최근 몇 년 동안 알게 된 사람의 열 배는 될 겁니다. 휴대폰의 연락처는 끝없이 늘어나고, 하루에도 몇 번씩 메시지가 오갑니다. 새로운 관계에는 설렘이 있습니다. 처음 마주하는 대화 속에서 배움이 있고, 흥미도 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저는 그보다 혼자 보내는 시간의 감소가 더 크게 느껴집니다. 누군가를 새로 알게 될수록, 나와 나 사이의 간격이 조금씩 줄어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다를 바라보는 시간 — 멀리 있지만 연결되어 있는 마음.
줄무늬 셔츠를 입은 한 인물이 발코니에 앉아서 먼 바다를 바라본다. 야자수와 푸른 바다, 그리고 분홍색 창틀이 어우러진 장면은 외로움이 아닌 ‘고요한 연결’을 상징한다. 그의 시선이 닿는 수평선은 ‘나와 세상 사이의 경계’이자, 관계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는 내면의 균형을 시각화한다.
행복한 히키코모리
“은둔형 외톨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일본어 ‘히키코모리(引き籠もり)’에서 유래된 단어로, 사회적 관계를 끊고 집 안에 머무는 사람들을 뜻합니다. 보통은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지만, 저는 이 단어를 조금 다르게 바라보고 싶었습니다.
저는 ‘문제의 히키코모리’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행복한 히키코모리’입니다.
‘행복한 히키코모리’란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적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혼자 있는 시간을 스스로 선택하며 그 안에서 만족과 창의성, 그리고 성장을 추구하는 사람입니다.
"행복한 히키코모리” 란? 외적인 활동과 사회적 기준 즉 타인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혼자 보내는 시간을 스스로 선택하면 그 속에서 깊은 만족과, 행복, 창의성, 자기성장을 추구하는 새로운 자기 정체성 또는 그 상태를 의미한다. 이러한 행복한 히키코모리는 외부와의 단절이 두려움이나 실패의 결과 즉 외로움・소외와 구별되며, 온전한 자기 돌봄과 정신적 풍요, 자유로운 사유와 창작, 취향 존중 등의 긍정적 가치를 중심에 둔다. 이 정의는 기존의 ‘은둔’이나 ‘고립’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넘어, 혼자만의 시간에서 느끼는 충만한 삶을 위한 주체적 방식임을 존중하고 강조한다.
에딧바운드
그건 단절이 아니라 돌봄의 방식이고, 외로움이 아니라 자유의 형태입니다. 혼자 있는 시간 속에서 나는 오히려 더 풍요로워지고, 생각은 단정해집니다. 세상과 거리를 두는 건 세상을 버리는 게 아니라, 다시 만나기 위한 숨 고르기일지도 모릅니다.
혼자라는 자유, 나를 지키는 방식
저처럼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사회적 기준이나 타인의 시선에 맞추려는 불안감은 내려놓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자기만의 행복 방식을 존중하는 것이 진정한 만족과 자유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저는 혼자 있는 시간이 나를 더 나답게 만든다고 믿습니다. 누군가에게 외로움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자유의 다른 이름입니다. 혼자 있을 때의 고요함은 나를 다시 회복시키고, 세상과의 관계 속에서 잃었던 균형을 되찾게 합니다.
혼자 있는 사람을 향한 시선에는 종종 오해가 따라옵니다. “왜 그렇게 혼자 있냐”, “사람들과 어울려야지” 같은 말들. 하지만 혼자라는 건 고립이 아니라 선택입니다. 나의 시간에 몰두하는 동안, 세상 누구보다도 가까이 내 마음을 들여다봅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조금씩 단단해집니다.

문을 열고 나서는 순간 — 고요 속에서 다시 세상으로.
어두운 실내에서 열린 문을 통해 밝고 색감이 풍부한 외부 풍경이 펼쳐진다. 한 인물이 밖을 향해 걸어가고 있으며, 안쪽의 어둠과 바깥의 빛은 ‘내면의 고요’와 ‘세상과의 재연결’을 상징한다. 형형색색의 언덕과 먼 산의 부드러운 곡선은 혼자 있는 시간 이후 다시 세상으로 나아가는 새로운 균형과 확장을 은유한다.
혼자여서, 행복하다
혼자가 주는 평안과 기쁨은 쉽게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건 소수만이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는 감정이기도 합니다.
사회적 기준이나 타인의 시선은 언제든 변하지만, 자신이 만족하는 삶은 그 어떤 기준보다 절대적입니다.
내면의 충만함과 자기 만족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며 선택한 혼자만의 시간은 결코 부족하거나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혼자여서 행복하다’는 자기 긍정의 마음은 나를 지탱하는 가장 든든한 감정이기도 합니다.
타인의 기대보다 자신의 행복을 더 소중히 여길 때, 비로소 우리는 불안에서 벗어납니다.
행복은 결국 자신으로부터 시작되는 일이니까요.
가볍게, 그러나 깊게.
그리고 혼자여서 오늘도 행복하다.

나를 향해 걷는 시간 — 고요 속의 자유
검은 아치 너머로 한 인물이 밝은 정원을 향해 걷고 있다. 그 앞에 놓인 다채로운 구체들은 내면의 감정과 사유의 조각처럼 흩어져 있으며, 인물은 그 사이를 지나며 새로운 평온 속으로 나아간다. 붉은빛 옷은 에너지와 생동의 상징으로, 혼자 있음의 끝에서 발견되는 자유롭고 온전한 자기 확신을 표현한다.